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찬미예수님.

 

2021년 새해 첫날입니다. 새해 하느님 복 많이 받으세요.

민수기 6장의 말씀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전합니다.

"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,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."

 

2021년은 신축년 흰소 띠 해입니다.

옛날부터 소는 우직함의 상징이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는 역활을 맡아 왔습니다. 특히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.

올해는 소의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신앙의 뿌리를 보살피면 좋겠습니다.

 

뿌리를 돌아보게 하는 박노해의 시 '해거리' 입니다.

 

그해 가을이 다숩게 익어가도 

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

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

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

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

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

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

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

감나무도 산목숨이어서

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

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

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

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

발아래를 쳐다봐야 하는 법이란다

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

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

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

나무 밑에 엎드려서

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

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

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

어머님은 가을걷이를 마치신 후

감나무 주위를 파고 퇴비를 묻어주며

성호를 그으셨다

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허리 굽혀

땅심과 뿌리를 보살펴야 하는 거라며

정직하게 해거리를 잘 사는 게 

미래 희망을 키우는 유일한 길이라며

 

올해도 코로나19의 여파가 우리 삶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.

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친교의 꽃과 열매를 멈추었습니다.

이 때는 꽃과 열매를 기대하며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

신앙의 뿌리인 기도를 보살피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.

가장 큰 기도인 미사와 가장 기본적인 기도인 아침저녁기도, 식사전후기도, 묵주기도, 오늘의 말씀에 정성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.

 

2021년은 새해, 소의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정직하게 신앙의 해거리를 살아내고

미래 희망을 키우는 은총의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.

잠시 묵상합시다.